오늘은 친구와 저녁에 술 약속이 있어서 일부러 차를 두고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했다.
평소와 달리 차가 의외로 막히지가 않아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오늘이 수능 날이었다.
요즘은 대학 입시제도가 무척 다양해져서 수시 지원부터 무슨무슨 특별전형 등등 방법이 다양해졌지만, 2000년 수능을 치뤘던 나에게는 오로지 단 한 번.
그 수능만이 12년간의 결실이자, 인생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이자 관문이었다.
흔히들 “군대 vs 수능” 이라는 구도로 밸런스 게임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라면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갈 것 같다.
물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힘든 부분도 있지만 2년2개월의 시간에 비해 12년이란 긴 여정을 단 하루만에
결정지어야 하는 수학능력 시험은 여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취업활동을 하고, 회사를 입사해 보니 흔히들 얘기하는 SKY 등, 왜 그렇게 명문대를 목표로 하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대학이 네 인생을 결정지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지 새삼 실감을 했다.
일단 서류에서 통과되는 비율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다.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이니 자기 소개서 등등 여러 요소 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지만 20여년 전에는 오롯이 출신 대학교만이 합격 여부의 기준 잣대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 40이 넘고 회사에서도 인재 채용과 면접에 관련되는 직책이 되다 보니 왜 회사 또는 기업이 명문대를 선호하는지, 왜 토익점수나 대외 활동, 해외 경험 등을 눈여겨 보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24년 전, 나도 수능을 마치고 참 많은 좌절과 자괴감,
그리고 허탈감을 많이 느꼈다.
직전 모의고사 보다 실전 당일의 결과는 무려 20점 정도 낮게 나왔으니.
기억을 거슬러보면 수능을 잘 쳤던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운동도 좋아하고 신체가 건강했으며 무엇보다 밝은 성격, 즉 긍정적이었다는 것.
더불어 신중하고 차분했다는 것.
나는 애석하게도 문제를 차분히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익숙해진 패턴으로 빨리 답을 구하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는 비록 원했던 포항공대(현 포스텍)나 카이스트를 가진 못했지만, 그 덕에 여러 좋은 사람을 만났고 지금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대학입시가, 수능의 결과가 중요한 것은 자명하지만, 고졸로도 사장님 소리 들으며 멋진 인생을 사는 주변의 지인과 친구들을 보면 세상은 참 넓다라는 간단한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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